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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진영
책이름 여우누이 추천: 2036
저   자 김성민 글 ・그림 번   역
출판사 사계절

글쓴이 : 전미선


「여우누이」,  김성민 글 ・그림 / 사계절, 2005

부제 : 두려움 자가 극복 시스템  

  어린 시절 이불을 꽁꽁 뒤집어쓰고 ‘전설의 고향’이라는 공포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한 여름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이불로 온몸을 감쌌습니다. 드라마가 고조되어 클라이막스가 되면 이불이란 안전장치도 소용없습니다. 그 때는 자존심은 상하지만, 엄마의 품속으로 냅다 뛰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두려움이 주는 긴장감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등이 해소된 마지막 장면을 볼 때마다  심리적 이완을 느끼고,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5살 난 딸아이가 김성민 작가의 「여우누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거의 경기 수준으로 두려움을 표출 했습니다. 특히 여우누이가 말의 꽁무니에 손을 넣어 간을 빼먹는 장면을 보고는 다음 페이지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동안 이 책은 책장 한 구석에서 외롭게 꽂혀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빠의 품을 안전장치로 삼고, 다시 한 번 두려움에 도전했습니다. ‘아빠 품 안전장치’는 그 기능이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아이는 끝까지 책을 보았고, 남동생이 여우누이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안도했습니다.

  아이가 ‘두려움 자가 극복 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이 때 부터였습니다. 아이는 그림책 제목을 알록달록 색종이로 오려 붙이고, 뒷표지의 무서운 여우누이의 모습을 색종이와 테이프로 꼼꼼하게 붙여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가까이 두고, 종종 함께 읽었습니다. 6살이 되던 어느 날, 아이는 과감하게 그림책 표지의 색종이를 떼고 당당하게 그림책 속 이야기와 마주했습니다. 이제 이 그림책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옛 이야기중 하나입니다.

  두려움은 인간이 느끼는 본능적인 감정중 하나입니다. 두려움이란 감정이 꼭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지요. 두려움이 있어서 인간은 위기를 감지하고, 그 위기를 해결해 과는 과정에서 한 단계 성장을 꾀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이야기 속 두려움을 그저 두려움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극복을 시도했고, 나중에는 자기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묘안을 짜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자신만의 계단을 밟으며, 결국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와 마주했습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는 결국 아이에게 예방 주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약한 균을 넣어 균과 싸울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주는 예방 주사처럼 아이는 이야기가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며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경험은 또 다른 위기가 왔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일까요? 어른들도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위기와 두려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안전장치는 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얄밉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항상 내편이 되어주는 남편, 무뚝뚝하지만 내 짐을 단박에 들어주는 아들, 언제라도 달려가면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친정엄마... 내 주변의 따뜻한 안전장치를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안전장치 안에서  따뜻한 에너지를 받았다면, 이제 우리도 ‘자가 두려움 극복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 전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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