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은의 동화가 사는 집 ::::
 
 

 


:: 한 가수의 이혼 사유
leestoryhouse  2012-01-26 08:33:49, Hit : 1,995, Rec. : 454


어제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가수 박완규의 삶 얘기를 들었습니다.
직격 인터뷰의 성격을 띤 프로였는데, 이런 저런 곡절 가운데 유난히 가슴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1년 전 쯤 아내와 이혼하게 된 이유였지요.  

이혼을 할 당시, 중학생 남매를 둔 아버지였던 그는 평균 월 80만원정도 수입으로 버텨왔다고 합니다(버텼다기보다는 부인이 애를 써서 근근이 살아왔다지요.).
생각다 못해 부인이 내린 결정이 이혼이었다는데…그 속사정이 기가 막힙니다.
“편모슬하의 자녀는 급식비가 면제 된다.”  
말을 뱉는 순간, 선글라스 뒤로 로커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자존심 하나로 버텨 온 로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설령, 그게 이혼 사유의 전부가 아니었다 해도 그 절박함은 충분히 짐작이 갔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3년 전 다문화가정 수업에서 만났던 마리아(가명)는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이었지요. 두 살 난 아들과 함께 그림책 수업에 참여했던 그녀는 우유곽으로 모국어 알파벳을 만드는가 하면, 모국 그림책을 보여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남편임에도 늘 남편자랑을 하던 여인이었습니다. 글 솜씨도 좋고 붙임성이 좋았던지라 여러 곳에서 상을 받고, 드디어 유아교육기관에 다문화강사로 취업하기에 이르렀지요. ‘아, 이제 됐구나!’
옆에서 그녀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었던 저도 그때 그녀가 한 고비 넘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얼마 안 가 연구소를 그만두더니, 공공기관에서 보장한 취업기회도 막판에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주저앉는 겁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지요. 제대로 된 일자리다 보니 정식으로 급여가 나오고 그에 따라 세금신고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거였습니다. 매월 지원되는 액수와 각종 혜택을 포기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직장이 미덥지 않았던 게지요. 처음엔, 그 괜찮은 일자리를 왜 안 하냐고 다그쳤던 저는 어느 순간, 털썩 그녀가 이해되었습니다. 이국땅에서, 휴직상태에 몸도 불편한 남편과 아이를 꾸려야 하는데다, 장기임대인 그녀의 보금자리까지 걸린 문제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아이들도 있다면서, 게다가 그 얘들을 제일 사랑한다면서 왜 이혼했대?’,
“반나절 일하고 백만 원 넘게 준다는데 대체 왜 마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수선 피울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정적으로 밥을 먹이고 싶었을 부모의 결단은 차라리 용기일 수 있고, 장기임대주택에서 추위를 피하고 남편을 간병해야 했을 그녀에게는 그 또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그 자리에 서 보지 않고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일이지요.

'under+stand' 라 했던가요?
힘든 순간에 외로운 선택을 해야 했을 마리아의 비상(飛上)을 응원합니다.
아울러, 삶이 지나 갈수록 더 깊어질 로커의 노래를 위해서도 건배!


  : 추천   : 목록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Webdimall